'한국의 명시'에 해당되는 글 58건

  1. 2010.08.18 승무 / 조지훈
  2. 2010.08.18 꽃 / 김춘수
  3. 2010.08.15 동행/ 김년균
  4. 2010.06.18 청포도/ 이육사
한국의 명시2010. 8. 18. 17:00


승 무

- 조지훈 -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아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黃燭)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듯 날아가며 사뿐이 접어 올린 외씨보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煩惱)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合掌)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인데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조지훈(趙芝薰, 1920 ~ 1968) 시인 으로, 본명은 '동탁'
        이며 경북 영양 출생, 혜화전문학교를 졸업하였고
        1946년 박두진, 박목월과 함께 『청록집』을 발간하여 청록파
        시인으로 불림.
        1939년 <문장>지에 <고풍의상>과 <승무>를 추천받아 문단에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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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라산
한국의 명시2010. 8. 18. 12:56

- 김춘수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김춘수(1922~) 시인, 경남충무출생, 1948년 죽순에

시발표, 그의 작품에 있어서는 사물은 인식의 대상
이 되고,언어는 인식을 위한 연장이 됨.
인식의시인, 이미지의 시인이라고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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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라산
한국의 명시2010. 8. 15. 23:57



    동 행

    - 김 년 균-

    만나고 못 만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외롭고 힘든 곳에 머물더라도

    오는 길이 같고 가는 길이 같으면

    그것이 중요하다.

    어둡고 구석진 모퉁이나 풀숲 우거진 오솔길에서

    만나면 뉜지도 모르고 그냥 지나치더라도

    산 너머 강 건너 보이지 않는 곳에 멀리 있더라도

    똑같은 하늘 아래 산다는 것이 중요하다.

    더러는 빨리 가고 더러는 늦게 가더라도

    가파른 땅을 함께 걷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나무, 풀, 꽃, 새, 짐승, 할 것 없이

    서로가 제 몫을 다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문밖에 나서면 돌밭뿐인 막다른 곳에서

    넘어질 듯 부서질 듯 아슬아슬한 곳에서

    하루도 편할 날 없이, 작은 목숨 용케도 견디며

    기어이 살아간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해와 달이 밤낮을 걸으며 솟구치듯이

    우리들의 기쁨과 슬픔도 끊임없이 찾아든다.

김년균 (1942년 ~ )은 대한민국의 시인, 수필가, 전라북도 김제에서 태어났으며, 서라벌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 수학함.
1972년 《풀과 별》에 시〈출항(出航)〉이 추천되고, 동년 <<현대문학>>에 수필<한(限)>이 발표되어 등단하였으며 제24대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을 역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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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라산
한국의 명시2010. 6. 18. 10:55


      청포도

      - 이육사 -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을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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