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명시2010. 8. 15. 23:57



    동 행

    - 김 년 균-

    만나고 못 만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외롭고 힘든 곳에 머물더라도

    오는 길이 같고 가는 길이 같으면

    그것이 중요하다.

    어둡고 구석진 모퉁이나 풀숲 우거진 오솔길에서

    만나면 뉜지도 모르고 그냥 지나치더라도

    산 너머 강 건너 보이지 않는 곳에 멀리 있더라도

    똑같은 하늘 아래 산다는 것이 중요하다.

    더러는 빨리 가고 더러는 늦게 가더라도

    가파른 땅을 함께 걷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나무, 풀, 꽃, 새, 짐승, 할 것 없이

    서로가 제 몫을 다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문밖에 나서면 돌밭뿐인 막다른 곳에서

    넘어질 듯 부서질 듯 아슬아슬한 곳에서

    하루도 편할 날 없이, 작은 목숨 용케도 견디며

    기어이 살아간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해와 달이 밤낮을 걸으며 솟구치듯이

    우리들의 기쁨과 슬픔도 끊임없이 찾아든다.

김년균 (1942년 ~ )은 대한민국의 시인, 수필가, 전라북도 김제에서 태어났으며, 서라벌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 수학함.
1972년 《풀과 별》에 시〈출항(出航)〉이 추천되고, 동년 <<현대문학>>에 수필<한(限)>이 발표되어 등단하였으며 제24대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을 역임함.

'한국의 명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승무 / 조지훈  (0) 2010.08.18
꽃 / 김춘수  (0) 2010.08.18
청포도/ 이육사  (0) 2010.06.18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  (0) 2010.06.16
유월의 숲/ 김종원  (0) 2010.06.15
Posted by 도라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