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명시'에 해당되는 글 58건

  1. 2012.02.10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 정희성
  2. 2012.01.06 설야 / 김광균
  3. 2011.12.05 까치밥 / 송수권
  4. 2011.09.27 너무 작은 이슬 -우리어머니 / 감태준
한국의 명시2012. 2. 10. 11:30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 정희성-

      어느 날 당신과 내가

      날과 씨로 만나서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우리들의 꿈이 만나

      한 폭의 비단이 된다면

      나는 기다리리, 추운 길목에서

       

      오랜 침묵과 외로움 끝에

      한 슬픔이 다른 슬픔에게 손을 주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의

      그윽한 눈을 들여다볼 때,

      어느 겨울인들

      우리들의 사랑을 춥게 하리

       

      외롭고 긴 기다림 끝에

      어느 날 당신과 내가 만나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정희성(鄭喜成 , 1945~) 시인, 경남 창원 출생, 1968년 서울대학 국문과 졸업. 197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 시 <유두(流頭)> <해가사(海歌詞> 등의 많은 작품을 발표함. "70년대"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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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라산
한국의 명시2012. 1. 6. 16:17


설야(雪夜)

 

                         - 김광균 -

 

어느 먼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 밤 소리없이 흩날리느뇨

 

처마 끝에 호롱불 야위어 가며

서글픈 옛 자취인 양 흰 눈이 내려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에 메어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

내 홀로 밤 깊어 뜰에 내리면

먼 곳의 여인의 옷 벗는 소리

 

희미한 눈발

이는 어느 잃어진 추억의 조각이기에

싸늘한 추회(追悔) 이리 가쁘게 설레이느뇨.

 

한 줄기 빛도 향기도 없이

호올로 차디찬 의상을 하고

흰눈은 나려 나려서 쌓여

내 슬픔 그 위에 고이 서리다.

김광균(金光均 , 1913~1993) 시인, 개성출생, 동아일보로 데뷔. 『 자오선』 『 시인부락』동인, 다분히 서구 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아 온건하고 차분한 회화적인 이미지, 소담하고 선명한 수채화풍의 터치, 달콤한 애상을 곁들인 신선한 현대적 감각으로 소시민의 감정을 채색하여 독자의 마음을 매혹시킨다. <와사등><추일서정><설야> 등의 시가 애송되고 있으며, 『 와사등<'39>』『기향지<'47>』『황혼가<'57>』『 은수저』『 미국에게 주는 시』『 영미교(永微橋)』등의 시집이 있음.

Posted by 도라산
한국의 명시2011. 12. 5. 14:09

까 치 밥

-송수권-

고향이 고향인 줄도 모르면서

긴 장대 휘둘러 까치밥 따는

서울 조카아이들이여

그 까치밥 따지 말라

남도의 빈 겨울 하늘만 남으면

우리 마음 얼마나 허전할까

살아온 이 세상 어느 물굽이

소용돌이치고 휩쓸려 배 주릴 때도

공중을 오가는 날짐승에게 길을
내어 주는

그것은 따뜻한 등불이었으니

철없는 조카들이여

그 까치밥 따지 말라

사랑방 말쿠지에 짚신 몇 죽
걸어 놓고

할아버지는 무덤 속을 걸어가시지 않았느냐

그 짚신 더러는 외로운 길손의 길
보시가 되고

한밤중 동네 개 컹컹 짖어 그 짚신
짊어지고

아버지는 다시 새벽 두만강 국경을 넘기도 하였느니

아이들아, 수많은 기다림의 세월

그러니 서러워 하지도 말아라

눈 속에 익은 까치밥 몇 개가

겨울 하늘에 떠서

아직도 너희들이 가야 할 머나 먼 길

이렇게 등 따숩게 비춰 주고 있지
않으냐.


송수권(宋秀權 , 1940~) 시인, 전남 고흥 출생.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 졸업. 1975년 『 문학사상』에 <산문에 기대어> 외 4편이 당선되어 등단. 『 목요시』『 원탁시』 동인. 작품경향은 남도의 서정과 질긴 남성적 가락으로 '종래의 서정시가 생의 에너지를 자기탐닉의 도구로 떨어지게 하는데 비하여 그는 부정적 허무주의를 극복하고 역동적인 경지를 보여준다.
시집으로 『산문에 기대어<'80>』 『 꿈구는 섬<'83>』『 아도<'85>』『 우리나라 풀이름외기<'87>』『 새야 새야 파랑새야<'87>』『 벌거숭이<'87>』『우리들의 땅<'88>』 등이 있으며, 장편서사시 <동학란>('75)이 있음.

Posted by 도라산
한국의 명시2011. 9. 27. 09:41

      너무 작은 이슬 -우리어머니

      감 태 준

      또 볼 부비신다 우리 어머니

      돌아가신 지 이십 년도 더 지났는데

      온 동네 돌며 날 찾으시다가

      어머니

      내가 단물 다 빤 사탕조각만 입에 넣어드려도

      흙 묻은 내 볼에 볼 부비시는 어머니

      자정 지난 지금도

      문 안에서 날 기다리시는데

      내 앞에서 걷고 있는 저 사람

      고개 한번 돌리는 일 없이

      아무리 큰 기침 해도 모르는척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는 저 사람

      안경가게 앞 보도블록 위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소년거지도 보지 않고

      내 담배 한 갑 사는 사이

      벌써

      네거리 횡단보도를 건너간 저 사람

      인파에 섞여

      이젠 뒷모습마저 보이지 않는다

      우리 어머니

      지금도 문 밖에서 날 기다리시지만


감태준(甘泰俊 , 1947~) 시인, 경남 마산 출생, 중앙대 문예창작과 및 한양대 대학원 졸업. 1972년 『월간문학』 에 <내력>으로 등단. 1982년 제2회 녹원문학상 수상. 작품경향은 개인의 체험을 바탕으로 대사회적 관심을 형상화하는 시편이 많다. 대표시로는 <사람의 집> 등이 있으며, 시집으로는 『 몸바뀐 사람들('78)』『 70년대 젊은 시인들('81,공저)』『 마음불어 가는 쪽('87)』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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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라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