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명시'에 해당되는 글 58건

  1. 2011.09.08 놈무 / 신경림
  2. 2011.08.09 연잎에 핀 연꽃 같은 당신 / 김종원
  3. 2011.06.28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 모윤숙
  4. 2011.06.02 산유화 / 김소월
한국의 명시2011. 9. 8. 11:26


농 무

-신경림-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달린 가설 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빈 운동장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꽹과리를 앞장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따라붙어 악을 쓰는 건 쪼무래기들뿐
처녀애들은 기름집 담벽에 붙어 서서
철없이 킬킬대는구나

보름달은 밝아 어떤 녀석은
꺽정이처럼 울부짖고 또 어떤 녀석은
서림이처럼 해해대지만 이까짓
산구석에 처박혀 발버둥친들 무엇하랴

비료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야
아예 여편네에게나 맡겨 두고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한 다리를 들고 날라리를 불꺼나
고갯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꺼나

신경림(申慶林 : 1935~ ) 시인, 충북 청주 출생. 동국대 영문과 졸업. 1956년 『문학예술』추천으로 등단. 시집으로 『농무(農舞)<'73>』『새재』『달넘세』등이 있음. 그의 시는 농촌을 배경으로 우리의 정서, 한, 욻분, 고뇌 등을 평ㅂㅁ한 토속어를 사용하여 밀도있게 표현하고 있다. 대표작으로 <농무><갈대><겨울밤> 등이 있음.

Posted by 도라산
한국의 명시2011. 8. 9. 10:59


연잎에 핀 연꽃 같은 당신

- 만은 김종원 -


참, 놀라워라
토란잎 연잎 위에서는
흙탕물로 지껄인 언어들도
반짝이는 구슬이 된다.

참, 신기해라
당신 마음 위에서는
먼지 낀 내 마음도
첫눈처럼 순수로 설레어
눈물로 데워진
순한 눈빛이 된다.

참, 거룩해라
가난한 사랑으로
천하를 소유한 것인 양
내 안에 들어와
흙탕물도 은구슬로 구르는
연잎에 핀 연꽃처럼
행복을 꽃 피우는 당신

김종원(金鐘元 , 1949~) 시인, 호 만은(晩隱) 전북 장수 출생. 연세대 교육대학원 국어교육과 졸업. 서울시 중등교사 장학사 교장 등 30여년 역임. 1973년 『 靑夜』시 "거울" 추천, 1987년 『 월간경향』수필 "비단 하나씨 거적 자손" 추천, 1996년 『시조생활』 "광주풀이" , "우포늪 애가" 등 5편 신인문학상 당선, 1997년 『 교단문학』『 한맥문학』『 문학세계』시 추천, 『 한국문학예술』"세상에서 제일 큰 욕" 수필 신인문학상 당선, <성동문학> 창간 및 주간, <문학서울> 편집위원 역임,시대정신과 역사의식에 투철한 시를 주로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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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라산
한국의 명시2011. 6. 28. 15:02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 모윤숙 -

나는 광주 산곡을 헤매다가

문득 혼자 죽어 넘어진

국군을 만났다.

산 옆의 외따른 골짜기에

혼자 누워 있는 국군을 본다

아무 말 아무 움직임 없이

하늘을 향해 눈을

감은 국군을 본다

누런 유니포옴 햇빛에

반짝이는 어깨의 표지

그대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소위였구나

가슴에선 아직도

더운 피가 뿜어 나온다

장미 냄새보다

더 짙은 피의 향기여!

엎드려 그 젊은

죽음을 통곡하며

듣노라! 그대가 주고 간

마지막 말을…….

나는 죽었노라

스물다섯 젊은 나이에

대한민국의 아들로

숨을 마치었노라

질식하는 구름과 원수가 밀려오는

조국의 산맥을 지키다가

드디어 드디어 숨지었노라

내 손에는 범치 못할 총대

내 머리엔 깨지지 않을

철모가 씌워져

원수와 싸우기에

한 번도 비겁하지 않았노라

그 보다도 내 피 속엔

더 강한 혼이 소리쳐 달리었노라

산과 골짜기 무덤과 가시 숲을

이순신(李舜臣) 같이,

나폴레옹 같이,

시이저 같이,

조국의 위험을 막기 위해 '

밤낮으로 앞으로 앞으로 진격! 진격!

원수를 밀어 가며 싸웠노라

나는 더 가고 싶었노라

저 머나먼 하늘까지

밀어서 밀어서 폭풍우같이

뻗어 가고 싶었노라

내게는 어머니 아버지

귀여운 동생들도 있노라

어여삐 사랑하는

소녀도 있었노라

내 청춘은 봉오리지어

가까운 내 사람들과

이 땅에 피어 살고 싶었었나니

내 나라의 새들과 함께

자라고 노래하고 싶었노라

그래서 더 용감히

싸웠노라

그러다가 죽었노라

아무도 나의 죽음을

아는 이는 없으리라

그러나 나의 조국!

나의 사랑이여!

숨지어 넘어진

이 얼굴의 땀방울을

지나가는 미풍이 이처럼

다정하게 씻어 주고

저 푸른 별들이 밤새

내 외롬을

위안해 주지 않는가!

나는 조국의 군복을 입은 채

골짜기 풀숲에 유쾌히 쉬노라

이제 나는 잠시

피곤한 몸을 쉬이고

저 하늘에 날으는

바람을 마시게 되었노라

나는 자랑스런

내 어머니 조국을

위해 싸웠고

내 조국을 위해

또한 영광스레 숨지었노니

여기 내 몸 누운 곳

이름 모를 골짜기에

밤 이슬 내리는 풀숲에

아무도 모르게 우는

나이팅게일의

영원한 짝이 되었노라

바람이여!

저 이름 모를 새들이여!

그대들이 지나는

어느 길 위에서나

고생하는 내 나라의

동포를 만나거든

부디 일러 다오,

나를 위해 울지 말고

조국을 위해 울어 달라고

저 가볍게 날으는 봄나라 새여

혹시 네가 날으는 어느 창가에서

내 사랑하는 소녀를 만나거든

나를 그리워 울지 말고,

거룩한 조국을 위해

울어 달라 일러 다오

조국이여! 동포여!

내 사랑하는 소녀여!

나는 그대들의

행복을 위해 간다

내가 못 이룬 소원

물리치지 못한 원수

나를 위해 내 청춘을

위해 물리쳐 다오

물러감은 비겁하다

항복보다 노예보다

비겁하다

둘러 싼 군사가 다

물러가도 대한민국 국군아!

너만은

이 땅에서 싸워야 이긴다,

이 땅에서 죽어야 산다

한 번 버린 조국은

다시 오지 않으리라,

모윤숙(毛允淑, 1910~1990) 시인, 수필가, 아호 영운(嶺雲), 함경남도 원산출생, 이화여자전문학교 졸업, 〈피로 색인 당신의 얼골을〉(1931)을 『동광』에 발표하면서 등단함. 시집에『빛나는 지역(地域)<‘33>』『렌의 애가(哀歌)<’37>』『옥비녀<‘47>』『국군은 죽어서 말한다<’87>』등이 있으며 수필집에는『내가 본 세상<‘53>』『느티의 일월<’76>』등이 있고 전집으로는 『모윤숙시전집<‘74>』『모윤숙전집<’82>』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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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라산
한국의 명시2011. 6. 2. 13:42

          산유화(山有花)

          -김소월-

          산에는 꽃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 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김소월(金素月 : 1902~1934) 시인, 본명은 정식, 평북 곽산 출생, 7·5조 민요풍의 작품으로 한국의 대표적인 서정시인임, 사후에 『소월시집』『진달래꽃』등이 출간되었으며, 대표작으로 〈진달래꽃〉〈산유화〉〈초혼〉〈엄마야 누나야〉〈먼후일〉〈예전엔 몰랐어요〉등 주옥같은 작품들이 애송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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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라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