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명시2010. 8. 18. 12:56

- 김춘수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김춘수(1922~) 시인, 경남충무출생, 1948년 죽순에

시발표, 그의 작품에 있어서는 사물은 인식의 대상
이 되고,언어는 인식을 위한 연장이 됨.
인식의시인, 이미지의 시인이라고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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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라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