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명시2011. 9. 27. 09:41

      너무 작은 이슬 -우리어머니

      감 태 준

      또 볼 부비신다 우리 어머니

      돌아가신 지 이십 년도 더 지났는데

      온 동네 돌며 날 찾으시다가

      어머니

      내가 단물 다 빤 사탕조각만 입에 넣어드려도

      흙 묻은 내 볼에 볼 부비시는 어머니

      자정 지난 지금도

      문 안에서 날 기다리시는데

      내 앞에서 걷고 있는 저 사람

      고개 한번 돌리는 일 없이

      아무리 큰 기침 해도 모르는척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는 저 사람

      안경가게 앞 보도블록 위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소년거지도 보지 않고

      내 담배 한 갑 사는 사이

      벌써

      네거리 횡단보도를 건너간 저 사람

      인파에 섞여

      이젠 뒷모습마저 보이지 않는다

      우리 어머니

      지금도 문 밖에서 날 기다리시지만


감태준(甘泰俊 , 1947~) 시인, 경남 마산 출생, 중앙대 문예창작과 및 한양대 대학원 졸업. 1972년 『월간문학』 에 <내력>으로 등단. 1982년 제2회 녹원문학상 수상. 작품경향은 개인의 체험을 바탕으로 대사회적 관심을 형상화하는 시편이 많다. 대표시로는 <사람의 집> 등이 있으며, 시집으로는 『 몸바뀐 사람들('78)』『 70년대 젊은 시인들('81,공저)』『 마음불어 가는 쪽('87)』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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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라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