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명시2010. 10. 26. 10:15

      모 닥 불

      -백 석 -

새끼 오리도 헌신짝도 소똥도 갓신창도 개니빠지도
너울쪽도 짚검불도 가랑잎도 머리카락도 헝겁조각도
막대꼬지도 기왓장도 닭의 짓도 개터럭도 타는 모닥불

재당도 초시도 문장(門長)늙은이도
더부살이 아이도 새 사위도 갖사둔도
나그네도 주인도 할아버지도 손자도 붓장사도 땜쟁이도
큰 개도 강아지도 모두 모닥불을 쪼인다

모닥불은 어려서 우리 할아버지가 어미 아비 없는 서러운 아이로

불쌍하니도 몽둥발이가 된 슬픈 역사가 있다


백 석(白 石 , 1920~1963) 시인, 평북 정주 출생, 일본 청산외국어학원 졸업, 민속학을 대하는 듯한 깊은 감격을 주는 향토색 짙은 서정시를 주로 발표함. 시집에『사슴<'36>』등이 있으며 『백선시선집<'87>』이 창작과 비평사에서 나옴. 1930년대의 대표적 시인이었으나 해방 후 월북함. 대표작으로 〈모닥불〉〈광원〉〈늙은 갈대의 독백〉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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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라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