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명시2010. 10. 28. 16:36

      떠나가는 배


      -박용철 -

      나두야 간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 거냐

      나두야 가련다

      아득한 이 항군들

      손 쉽게야 버릴 거냐

      안개같이 물어린 눈에도 비취나니

      골짜기마다 발에 익은 묏부리 모양

      주름살도 눈에 익은 아아 사랑하던 사람들

      버리고 가는 이도 못잊는 마음

      쫓겨가는 마음인들 무어 다를 거냐

      돌아보는 구름에는 바람이 회살짓는다

      앞대일 언덕인들 마련이나 있을 거냐

      나두야 가련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 거냐

      나두야 간다

박용철(朴龍喆 , 1904~1938) 시인, 전남 송정리 출생, 연희전문학교 수학, 정지용 등과 『 시문학』 등을 내어 순수 서정시 운동을 전개, '해외문학파'의 한 사람으로 외국문학을 소개, '극예술연구회' 회원으로 신극운동에도 참여함. 릴케와 키에르케고르의 영향을 받아 애수·회의· 상징이 주조이며 섬세한 감각을 보여주고 있으며 대표작으로 〈떠나가는 배〉〈밤 기차에 그대를 보내고〉〈싸늘한 이마〉등이 있으며, 유고시집으로『박용철전집』 2권이 있음.

'한국의 명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은 / 조병화  (0) 2010.11.02
목마와 숙녀 / 박인환  (0) 2010.11.01
남으로 창을 내겠소 / 김상용  (0) 2010.10.28
모닥불 / 백석  (0) 2010.10.26
성북동 비둘기 / 김광섭  (0) 2010.10.25
Posted by 도라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