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명시2010. 12. 15. 13:13

세월이 가면


- 박인환 -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취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박인환(朴寅煥, 1926~1956) 시인, 강원도 인제 출생, 평양의전 중퇴, 1949년 합동시집 『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 간행을 전후해 모더니즘의 기수로 각광을 받음. 1951년 이후에는 『 후반기』 동인으로 도시적이면서도 인생파적 시어의 특징을 보임. 대표작으로 〈목마와 숙녀〉〈세월이 가면〉등이 있으며, 시집으로는『 박인환 시집<'55>』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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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라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