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명시2010. 12. 13. 10:34

    초 혼 (招 魂)

    -김소월 -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 가지만
    하눌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김소월(金素月 : 1902~1934) 시인, 본명은 정식, 평북 곽산 출생, 7·5조 민요풍의 작품으로 한국의 대표적인 서정시인임, 사후에 『소월시집』『진달래꽃』등이 출간되었으며, 대표작으로 〈진달래꽃〉〈산유화〉〈초혼〉〈엄마야 누나야〉〈먼후일〉〈예전엔 몰랐어요〉등 주옥같은 작품들이 애송되고 있음.

'한국의 명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임께서 부르시면 / 신석정  (0) 2010.12.20
세월이 가면 / 박인환  (0) 2010.12.15
별 헤는 밤 / 윤동주  (0) 2010.12.08
동 천 (冬天) / 서정주  (0) 2010.12.06
겨울 바다 / 김남조  (0) 2010.11.30
Posted by 도라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