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헤는 밤 - 윤 동 주 -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佩), 경(鏡), 옥(玉)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도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세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
윤동주(尹東柱 , 1917~1942) 시인, 북간도 동명촌 출생, 1941년 연희전문 졸업, 유고시집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있으며 여기에는 그의 대표작인 <서시>를 비롯해 <자화상><별 헤는 밤><십자가><또 다른 고향> 등의 명시가 있으며 고고하고 준엄한 저항과 청순하고 자기 희생적인 인간애가 넘치는 민족적 서정시를 많이 남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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