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명시2010. 11. 26. 11:14


        엄마걱정


        -기형도 -

    열무 삼십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기형도(奇亨度 , 1960~1989) 시인, 경기도 연평 출생,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엄, 198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안개>가 당선되어 등단. 그의 시는 구체적 이미지들의 관념화, 추상적 관념들의 이미지화를 통해 사물과의 법칙성을 추구해 오고 있으며, 특히 시적 '모체변화'에 따른 '의미변화'에 관심이 많다. 대표시로 <빈집><위험한 가게><안개> 등이 있므며, 시집으로 『입속의 검은 잎('89)』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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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라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