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명시2010. 10. 22. 10:13


      귀촉도(歸蜀途)

      -서정주 -

      눈물 아롱아롱

      피리 불고 가신 님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西域) 삼만리

      흰 옷깃 여며여며 가옵신 님의

      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巴蜀) 삼만리

      신이나 삼아줄 걸 슬픈 사연의

      올올이 아로새긴 육날 메투리.

      은장도 푸른 날로 이냥 베어서

      부질없는 이 머리털 엮어 드릴 걸.

      초롱에 불빛, 지친 밤하늘

      구비구비 은하(銀河)물 목이 젖은 새.

      차마 아니 솟는 가락 눈이 감겨서

      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 운다.

      그대 하늘 끝 호올로 가신 임아.

서정주(徐廷柱 , 1915~2000) 시인, 호는 미당, 중앙불교전문학교 졸업, 193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문단 등단. 『 시인부락』 동인, 초기에는 보들레르의 영향으로 강령한 생명적 경향의 시를 쓰다가 체질화한 유교·노장철학에 이어 불교·신라정신에서 영감과 상상력을 얻어 서정시로 승화시킴, 『화사집<'38>』『귀촉도<'36>』『신라초<'60>』 『동천<'68>』『질마재신화>』『서(西)으로 가는길』 과 『서정주문학전집<'72>』등이 있으며. 대표작으로 〈자화상〉〈귀촉도〉〈국화옆에서〉〈푸르른 날〉〈동천〉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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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라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