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명시2010. 11. 4. 10:28


        울음이 타는 강

        -박재삼 -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강을 보것네

    저것 봐, 저것 봐

    네보담도 내보담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사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가는

    소리 죽은 가을강을 처음 보것네.

박재삼(朴在森, 1933~1997) 시인, 일본 도쿄 출생 경남 삼천포에서 성장, 고려대 중퇴, 1955년 『 현대문학』추천으로 등단. 한 많고 서러운 이 나라 여인상을 막힘없는 가락으로 노래한 『 춘향이 마음('56)』과 병중에 겪은 고뇌와 다시 햇빛을 우러러 몰 수 있는 기쁨이 주조를 이루고 있는 『 햇빛속에서('70)』와『 천년의 바람』등의 시집이 있음. 대표작으로 〈춘향이 마음>〈조요〉〈구름곁에서〉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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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라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