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명시2010. 11. 9. 11:12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정 희 성 -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 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정희성(鄭喜成 , 1945~) 시인, 경남 창원 출생, 서울대 국문과 졸업, 197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 시〈유두(流頭)〉〈해가사(海歌詞)〉등의 많은 작품이 있음. "70년대"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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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라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