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명시2010. 9. 29. 11:21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

- 양 성 우 -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고 할지라도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
모든 들풀과 꽃잎들과 진흙 속에
숨어사는 것들이라고 할지라도,
그것들이 살아 있기 때문에 아름답고 신비하다.


바람도 없는 어느 한 여름날,
하늘을 가리우는 숲 그늘에 앉아보라.
누구든지 나무들의 깊은 숨소리와 함께
무수한 초록잎들이 쉬지 않고
소곤거리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이미 지나간 시간이 아니라 이 순간에,
서 있거나 움직이거나 상관없이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
오직 하나, 살아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것들은 무엇이나 눈물겹게 아름답다.

양성우(梁性佑, 1943.11. 1 ~ ) 시인, 전 국회의원, 전남함평 출생, 광주중앙여고 교사 재직중 박정희 군사독재를 비판한 〈겨울공화국〉을 낭독하여 교직에서 파면, 2009년 8월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에 선출됨, 시집 《발상법》《신하여 신하여》《겨울공화국》《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등이 있음, 1985년 신동엽창작기금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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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라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