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명시2010. 12. 29. 11:08

그림- 김기택

    눈 오는 밤에

    - 김용호 -

    오누이들의

    정다운 얘기에

    어느 집 질화로엔

    밤알이 토실토실 익겠다.

    콩기름 불

    실고추처럼 가늘게 피어나는 밤

    파묻은 불씨를 헤쳐

    입담배를 피우며

    "고놈, 눈동자 초롱같애"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던 할머니

    바깥엔 연방 눈이 내리고

    오늘밤처럼 눈이 내리고

    다만 이제 나 홀로

    눈을 밟으며 간다.

    오우버 자락에

    구수한 할머니의 옛얘기를 싸고

    어린 시절의 그 눈을 밟으며 간다.

    오누이들의

    정다운 얘기에

    어느 집 질 화로엔

    밤알이 토실토실 익겠다.

김용호(金容浩 , 1912~1973) 시인, 경남 마산 출생, 일본 메이지대 졸엄, 시집 『 낙동강)』으로 등단. 초기에는 피압박민의 슬픔과 절망을 소극적으로 그리다가, 중기에는 가난과 애조띤 시가 주류를 이룸. 후기에는 현실적 사회적 지향이 농후한 시들을 발표함. 『 낙동강('38)』『 향연('41)』『 부동향('43)』『 날개('56)』『 푸른별('523)』등의 시집과 서사시집 『 남해찬가('53)』가 있음. 대표작으로 〈유성〉〈동대문주변〉〈주막에서〉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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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라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