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김기택 |
눈 오는 밤에
오누이들의 정다운 얘기에 어느 집 질화로엔 밤알이 토실토실 익겠다.
콩기름 불 실고추처럼 가늘게 피어나는 밤
파묻은 불씨를 헤쳐 입담배를 피우며
"고놈, 눈동자 초롱같애"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던 할머니 바깥엔 연방 눈이 내리고 오늘밤처럼 눈이 내리고 다만 이제 나 홀로 눈을 밟으며 간다.
오우버 자락에 구수한 할머니의 옛얘기를 싸고 어린 시절의 그 눈을 밟으며 간다.
오누이들의 정다운 얘기에 어느 집 질 화로엔 밤알이 토실토실 익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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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金容浩 , 1912~1973) 시인, 경남 마산 출생, 일본 메이지대 졸엄, 시집 『 낙동강)』으로 등단. 초기에는 피압박민의 슬픔과 절망을 소극적으로 그리다가, 중기에는 가난과 애조띤 시가 주류를 이룸. 후기에는 현실적 사회적 지향이 농후한 시들을 발표함. 『 낙동강('38)』『 향연('41)』『 부동향('43)』『 날개('56)』『 푸른별('523)』등의 시집과 서사시집 『 남해찬가('53)』가 있음. 대표작으로 〈유성〉〈동대문주변〉〈주막에서〉등이 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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