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金裕貞, 1908~1937)의 소설
김유정은 강원도 춘천 실레마을에서 8남매 중 일곱 째로 출생하였다. 김유정은 말이 어눌하였으므로 말하기를 싫어하여 과묵하였고, 늑막염과 폐결핵과 치질로 고생하였다.
휘문고보를 나와 연희전문을 다니다 중퇴하였으며 구인회 후기의 동인이다.
명월관 기생 박녹주에게 구애 하였으나 외면당해 상처를 입는다.
김유정은 가난과 연관된 다소 상식을 벗어나는 남여관계를 많이 그렸다.
남편의 병이나 노름밑천,빚,생계 때문에 단돈 몇 푼에 몸을 팔거나 술집작부 또는 들병이로 나서는 아내, 그리고 아내의 매춘을 뻔히 알면서도 분노나 죄책감 없이 묵인하는 남편이 많이 등장한다.
김유정은 소설 속에서 작중 인물들의 옮고 그름을 판가름 하거나 단죄하지 않고 다만 이들의 행태를 유머, 아이러니, 풍자, 해학적 수법으로 그려내고 있는데, 웃음을 불러 일으키는 그 이면에는 늘 짙은 우수가 깔려 있다.
- 나의 고향은 저 강원도 산골이다. 춘천읍에서 한 20리 가량 산을 끼고 꼬불 꼬불 돌아 들어가면 내닫는 조그마한 마을이다. 앞뒤 좌우에 굵직굵직한 산들이 빽 둘러섰고 그 속에 묻힌 아늑한 마을이다. 그 산에 묻힌 모양이 마치 음팍한 떡시루 같다하여 동명을 "실레"라 부른다. 집이라야 대개 쓰러질 듯한 초가요. 그나마도 50호밖에 못되는 , 말하자면 아주 빈약한 촌락이다 - 「오월의 산골짜기」중에서
1933년 「산골나그네」「총각과 맹꽁이」
1935년 「소낙비」「노다지」「금 따는 콩밭」「금」「떡」「산골」「만무방」「솥」「봄봄」「아내」
1936년 「심청」「봄과 따라지」「가을」「두꺼비」「봄밤」「이런 음악회」「동백꽃」「야앵」「옥토끼」
「생의 반려」「슬픈이야기」「정조」
1937년「따라지」「땡볕」「연기」「정분」
1939년 「두포전」「형」「애기」
「산골나그네」
밤 깊은 산골 덕돌네 주막에 한 아낙이 와서 잠을 청한다. 이튿날 아침 덕돌 모가 떠나려는 아낙을 며칠 더 쉬어가라고 주저 앉힌다.
그날 저녁 젊은 작부가 왔다고 소문이 나서 술꾼들이 떼로 몰려와 술을 마시며 아낙과 농을 하고 매상을 짭짤하게 올려 덕돌 모는 몹시 좋아 한다.
아낙이 온 지 나흘째 되는 날 밖에 나갔다 오던 덕돌 모는 덕돌이가 그 아낙과 정을 통하는 소리를 듣는다.
덕돌 모는 이웃 남촌의 어느 집 들째 딸과 혼사를 추진하다 혼수는 마련하였으나 과다한 선채금(30원) 요구로 깨진 덕돌의 혼사를 늘 안타까워 했었는데 차라리 잘 됐다 싶어 아낙과 덕돌이의 혼사를 유도하여 혼례를 치르고 덕돌이와 아낙은 첫날 밤을 보내게 된다.
그러나 그 다음날 덕돌이가 잠든 한밤중에 아낙은 덕돌이가 아끼는 옷(인조견 조끼, 저고리, 새하안 옥당목 겹바지)을 훔쳐 달아난다.
도망나온 아낙은 외딴 곳 어느 물방앗간에서 원래 자기의 병든 남편을 불러서 가져온 옷을 입히고 바쁘게 길을 재촉한다.
「소낙비」
1930년대 식민지 농촌의 극심한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주 기본적인 도덕이나 윤리마저 팽개치는 농민들의 체념과 생존양식을 희화화하고 있다.
춘호는 노름판에서 돈을 따서 도시로 나갈 자금을 마련할 궁리를 하지만 노름밑천 2원이 없어서 샐행에 옮기지 못하고 아내를 닦달한다.
"이년아 기집 좋다는게 뭐여, 남편 근심도 덜어 줘야지, 끼고 자자는 기집이여?" 춘호는 어린 아내를 때리며 화풀이를 하여 견디다 못한 춘호의 아내가 돈을 구하기 위해 집을 뛰쳐 나간다. 춘호의 아내는 쇠돌 엄마네 집을 지나치다가 쇠돌 엄마네 집에 홀로 들어가는 이 주사를 본다.
이 주사는 마을의 소문난 부자인데 쇠돌엄마는 이 주사 덕에 살림이 폈다. 쇠돌엄마가 "새댁 나는 속옷이 세 개구, 버선이 네 벌이구 행" 하고 춘호 처에게 자랑을 늘어놓을 때면 춘호 처는 내심 몹시 부러워 했다.
한편으론 지난 봄 달밝은 밤에 춘호가 없는 틈을 타 자기를 덥치고 비명소리에 달아난 놈이 바로 이 주사임을 눈치챈 후 춘호 처는 속으로 자기도 좀만 잘했다면 쇠돌엄마처럼 호강할 수 있었을텐데 하고 못내 아쉬어 하곤 하였었다.
잠시 밖에서 서성이던 춘호의 아내는 용기를 내어 쇠돌 엄마네 집으로 들어간다.
춘호의 아내는 혼자 있던 이 주사와 정을 통한 뒤 다음날 2원을 받기로 한다. 춘호 처는 한 시간 만에 쇠돌집에서 나와 '오늘 일은 천행으로 성공이었다'며 생긋하였다. '그런 모욕과 수치는 지랄 중에서도 몹쓸 지랄이었으나 골백번 당한데도 남편에게 매나 안 맞고 살 수만 있다면'하고 이 주사를 은인으로 여겼다.
다음날 춘호는 아내가 이 주사에게 가는 것을 알면서도 "저녁 제누리 때 되었을걸, 얼른 빗고 가봐...." "인제 가봐!" "바루 곧 와 응?" 2원을 고이 받고자 손색이 없도록 아내를 모양내 보낸다.
「만무방」
응칠은 만무방(염치없고 막되먹은 잡놈의 무리)으로 매팔자다. 논 맬 걱정, 호포 바칠 걱정, 빛 갚을 걱정, 아내 걱정, 굶을 걱정도 털고 났으니, 그러나 동리에 불행한 일이 나면 주재소에서 일단 도박, 절도 전과가 있는 자기부터 부르는 것 빼고 말이다. 응칠이도 처음부터 만무방은 아니었다.
5년 전 빚 54원을 갚을 길이 없어 마누라와 같이 줄행랑을 친 후 부부가 갈라져서 빌어 먹는 것이 나을 것 같아 서로 갈라서 만무방으로 지내는 것이다.
힘든 일은 질색이라 동리에서 벼를 터는 일을 거들어 달라는 것도 마다하고 차라리 송이를 따러 숲으로 가 헤매이다 배고프면 송이 본 고장이라도 아까워 먹기 힘든 송이를 홧김에 먹어 치우고 무덤가에 노니는 남의 닭도 잡아 먹는 일도 서슴치 않는다.
이리저리 떠돌다 단 하나인 혈족 동생 응오가 그리워 찿아 왔다가 뜻밖에 일을 만난다.
부지런한 농사꾼 응오는 가을걷이를 해봐야 지주와 빚쟁이에게 모조리 뺏길 것이 뻔하다는 생각에 벼를 베지 않자 지주가 벼를 베라고 독촉하는데 지켜보는 응칠이가 홧김에 지주의 뺨을 때리게 된다.
그 후 설상으로 응오네 벼 이삭이 없어지는 일이 발생하는데 응칠이는 자기부터 의심받게 될게 뻔하므로 벼 도적을 잡고자 응고개 쪽으로 간다. 응고개로 가는 도중 숨어 노름하는 일행을 목격하는데 그 중 돈이 궁한 성팔이와 재성이를 벼 도적꾼으로 점찍고 응고개로 가 숨어서 도적꾼을 기다린다. 그러나 기다리던 놈은 안오고 바로 동생 응오가 벼를 훔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응칠이는 내걸 내가 훔쳐야 할 운명도 얄궃거니와 형을 배반하고 도적질을 벌인 아우가 원망스러워 눈물을 짖다 문득 사오리 남쪽 산속 어느 집에 밤마다 매어 있는 황소가 생각나 아우에게 아예 도둑질로 나서자고 제안하지만 응오가 이를 거절함에, 응오를 때려 눕힌 뒤 업고 간다.
「봄봄」
마름이 가난과 데릴사위 풍속을 이용해 순진한 농촌총각을 기만하는 과정을 풍자적으로 그린다.
주인공인 '나'는 점순네 데릴사위로 들어가 3년 반 동안 뼈 빠지게 일하지만 마름인 점순네 아버지(봉필)는 "이 자식아! 성례구 뭐구 미쳐 자라야지" 점순이 키가 안 자랏다고 하며 일만 부려 먹는다.
나는 기한을 안 정하고 키가 크면 성례를 시켜 준다는 계약이 애초부터 잘못되었음을 알게된다.
'사람의 키가 무럭 무럭 자라는 줄 알았지 붙박이 키에 모로만 벌어지는 몸도 있는 걸' 알고 후회하고, 점순이가 물동이를 이고 날라 뼈다귀가 움츠려 들어 키가 안클까봐 대신 날라주며 '점순이 키 좀 크게 해'달라고 치성도 수 없이 드렸지만 도대체 키 클 생각은 안한다.
나는 일하기도 싫어 배가 아프다고 핑게대며 드러 누우면 그 때마다 점순네 아버지가 가을에 벼 잘되면 너 장가 보내 준다고 달래어 일을 시키곤 하였다.
이런 나를 점순이도 답답히 여겨 언제까지 일만하고 있을거냐고 은근히 부추긴다.
'나'는 점순이 말에 용기를 내여 일해준 사경을 달라며 점순네에서 나가겠다고 협박해 보지만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결국에 점순네 아버지와 대판 싸움을 벌이는데 점순이 오히려 "이 망할게 아버지 죽이네!"하며 제 아비의 편을 든다. 점순 아버지는 가을에 혼례를 시켜 준다는 약조를 하면서도 얼른 콩밭에 나가 보라며 또 일을 시킨다.
「동백꽃」
마름의 딸이 소작농의 아들을 좋아하여 마음을 드러내나 몰라줘서 애꿋은 닭에게 화풀이 하는 모습을 재미있게 그리고 있다.
우리 집은 마름인 점순네의 호의로 정착하여 양식도 꾸어 먹고 그 은혜를 단단히 입고 살아오고 있다.
하루는 내가 울타리를 엮는데 점순이가 다가와 감자를 주며 수작을 부리는 걸 왜 그런지도 모르고 외면하자 점순이가 숨소리까지 거칠어 지며 눈물을 흘리고 달아난 뒤로는 나를 못 잡아 먹어서 난리다.
그 다음날 저녁인가 나무를 해오고 있는데 닭 죽는 소리가 들려 가보니 점순이가 우리 씨암닭 볼기를 주먹으로 치며 "죽어라 죽어라"하고 있길래 내가 눈에 불을켜며 울타리를 지게작대기로 치니 점순이가 때리던 닭을 내 팽개치며 "이 바보녀석아" " 야 너 배냇 병신이지?' "야! 너 느그 아버지 고자라지?" 하고 도망친다.
나는 하도 분해서 쌈 잘 하라고 닭에게 고추장을 먹여 싸움도 시켜 보았으나 또 싸움에 밀리어 다시 닭에게 고추장 물을 만들어 먹였지만 비실비실 상태가 더 안좋아졌다.
오늘 조금 나아졌는데 점순이가 또 우리 닭을 데려와 싸움을 붙여 놓았으니 나는 눈에서 불이나 나무지게를 벗어 놓을 새도 없이 지게막대기로 점순네 큰 수닭을 때려 죽여 버리고 점순이가 떼미는 바람에 뒤로 나자빠져서 이제 일이 벌어졌으니 땅이 떨어지고 집도 내쫓길 걱정을 하고 있는데 점순이가 "닭 죽은 건 염려 말라"면서 내 어깨를 짚으며 엎어진다. 나는 한창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파묻혀 버렸다.
잠시 후 점순이 어머니가 부르는 소리에 점순이는 겁에 질려 꽃밑을 살금살금 기어 산 아래로 내려 갔고 나는 바위를 끼고 엉금 엉금 산 위로 치빼지 않을 수 없었다.
「솥」
가난한 농촌의 한 가장이 들병이와 사랑에 빠져 허우적 대는 모습을 희화화 하고 있다.
주인공 '근식'이 호포(戶布) 독촉차 들린 면서기를 방으로 끌어들인 아내를 나무라자 아내는 호포땜시 욕본 것도 억울하다고 대들며 끝내 "들병이와 배맞아 맷돌하구 내 속곳으로 술 사 먹었지" 하고 종알이니 근식이는 내심 뜨끔하였으나 대낮에 사내 끌어들인 걸 더 세게 나무라자 아내는 밖으로 눈을 밟으며 나가 버린다.
근식은 함지박을 들고 산기슭으로 멀리 돌아 들병이 집으로 가다 오늘이 농민회 날임을 알고 멈칫하나 궐회로 내는 5전과 부역보다는 오히려 농민회에 청년들이 몰려가 들병이를 혼자 차지할 수 있음에 기뻐하며 서둘러 간다.
근식은 들병이인 '계숙'에게 함지박을 어제밤 술값이라 건네며 겸연쩍어 한다. 계숙이 차려 준 술상을 받으며 농민회에서 들병이를 떠나라 하여 내일 떠나려 한다는 말을 듣고 근식이도 같이 가기로 하는데 남겨질 아내 보다는 들병이를 따라 다니며 빌어먹을 생활에 마음이 들떠한다.
계숙이와 평화로운 잠자리에 들려할 제 농민회장 뭉태가 들이 닥치니 근식이는 밖에 숨어서 둘의 얘기를 듣는다. 뭉태가 자기를 살림살이까지 가져와 술먹는 미화라고 흉보고 이에 계숙이가 는실는실 맞장구치자 "에이 더러운 년"하고 발길을 돌리려 하는데 뭉태가 나가고 계숙이가 부르자 근식은 다시 방으로 들어간다.
잠시 후 내일부터 살림을 할려면 솥이 필요할 것 같아 근식이 집으로 솥을 가지러 간다. 그 솥은 4년 전 살림낼 때 읍에서 1원 30전을 주고 사온 것인데 아내가 몹시 좋아 하던 기억이 난다.
근식이 아내 몰래 솥을 들고 나와 짐을 싸 놓고 날이 새기를 기다리다 깜빡 잠이 들었는데 "이리 온 아빠 여깄다." 하고 계숙의 아이를 부르는 걸걸하고 우람한 목소리에 놀라 잠이 깬다. 날이 밝아 계숙의 남편이 떠날 차비를 하며 근식이에게 동행을 권유하나 근식은 멀뚱이 서 있을 뿐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바로 그 때 근식의 처가 헐레벌떡 달려들어 계숙이와 솥을 달라며 싸움을 벌이고 동네 사람들은 이를 구경하며 수근댄다. 근식이가 아내를 뜯어 말리자 "왜 남의 솥을 빼가는 거야. 이 도둑년아!" 아내는 발악을 하고 근식이는 아내를 잡아 일으키며 울상이 되어 말한다. "아니야 글쎄, 우리 것이 아니라니께 그러네 참!"
「떡」
지독히 가난한 집 어린 딸이 생신 집에서 마구 먹다 죽울 뻔하자 이를 탓하지만 내심 시기하는 애비의 모습을 해학적으로 그린다.
개똥이네 건너방에 얹혀사는 동리에서 제일 가난하고 게으른 덕희네는 먹는 날보다 굶는 날이 많았다. 그 꼴에도 덕희는 술을 좋아하여 자기 집 됭(쇠그릇)까지 들고 나와 술 먹는 작자라고 계집들 간에 소문이 돌았다.
덕희의 딸 옥이는 잠자는 척하고 있다가 아버지가 나뭇 짐을 팔러 나가자 마자 미친 듯이 죽을 퍼먹기 시작하는데 먹는 것이 큰 낙으로 일상 곪아온 배때기는 죽 한 그릇으로 만족할 줄 모르고 개똥이네 집에 몰래 들어가 감자 따위를 훔쳐 먹다 걸리기도 한다.
하루는 도삿댁 나리 생신에 일 도와주러 가는 개똥엄마를 쫓아가 나릿댁 작은 아씨의 배려로 고깃국에 이밥을 얻어 먹는데 후딱 먹고 배가 불러 식식 거리지만 옆에서는 잘 먹는다고 자꾸 부추긴다. 이어 또 내어주는 시루떡을 먹고 배가 풋볼처럼 탱탱해졌으나 팥떡, 백설기를 주니 또 먹다가 다 먹지 못하고 내려 놨다.
그러나 꿀 발라 맛있어 보이는 주왁을 주자 억지로 밀어 넣는데 다시 목구멍으로 넘어 온다. 옥이는 집으로 오는 도중 목이 말라 개울가에 엎드려 물을 마셨으나 물이 도로 넘어오고 뒤이어 먹은 떡까지 토해내고 집에 와서는 배가 아파 이리저리 딩굴다 까무러친다. 얼치기 재주꾼 봉구를 불려들어 엄지손가락에 침을 놓으니 옥이는 비명을 지르며 감쌌던 포대기에 똥을 갈기며 정신이 든다. 덕희는 "왠걸 그렇게 쳐먹고 지랄이야"하고 욕을 퍼붓지만 속으로는 귀한 음식을 토할 정도로 쳐먹고 애비 한 쪽 안 갖다 준 딸이 미웠고 시기와 증오가 끓어 올랐다. 덕희 이놈은 한 수 더 떠서 꿀바른 주왁을 다먹고도 막걸리를 준다면 물을 다 밷는 한이 있더라도 덥석 물었으리라.
「따라지」
개웃하고 대문도 삐뚤고 뒷간 벽이 허물어져 여름이면 구더기가 부엌바닥으로 기어드는 사직골의 한 낡은 초가집에 모여 사는 따라지들의 모습을 해학적으로 그린다.
이 집에는 아끼꼬가 구렁이라 부르는 주인아주머니와 그 남편, 주인 건너방에는 소설을 쓰는 톨스토이와 과부인 누나가 살고 있고 아랫방에는 병들어 누어 있는 김마까와 그의 딸인 버스걸이, 그 옆방에는 카페 여급인 아끼꼬와 영애가 살고 있다. 톨스토이의 누나는 성격이 괄괄하고 변덕이 죽끓어 경무과 제복공장에서 일하다 받은 스트레스를 내성적이고 말이 없는 톨스토이에게 다 퍼붓는다. 김마까의 딸 버스걸은 고급스런운 가방에 헌 잡지를 접고 그사이에 벤또를 넣고 다니며 고등과 학생인체 하고 아끼꼬와 영애는 손님과 동침할 때는 둘 중 다른 한 사람은 나가서 자고 다음날 들어 오는 생활을 한다. 아끼꼬는 귀여운 얼굴로 톨스토이를 은근히 좋아 하나 톨스토이는 아예 관심이 없다.
구렁이는 세입자가 하나같이 못살고 병들고 어렵게 살아 사글세를 밀리므로 이들을 우거지상, 노랑통이, 말괄량이라고 하며 진절머릴 친다. 이들은 방세를 아주 안내는 것도 아니고 한달치를 여러달에 걸져 찔금 찔금 내니 내 쫓을 수도 없고 애를 먹는데 그 중에서도 아끼꼬는 방세 독촉에도 코방귀나 뀌며 오히려 자기를 핀잔함에 구렁이가 제일 싫어한다 . 구렁이는 조카를 불러들여 우선 제일 온순해 보이는 톨스토이네부터 내 쫓기로 하고 조카가 톨스토이의 세간을 들어내는데 톨스토이는 부처처럼 잠자코 있다.
이를 보다 못한 아끼꼬가 문을 열고 나와 항의하다 구렁이와 조카, 아끼꼬와 영애가 뒤엉켜서 싸움을 벌이는데 김마까까지 지팡이를 집고나와 가세하니 조카가 궁지로 몰린다. 이를 지켜보던 톨스토이는 미안해 어쩔 줄 모르고 "놓세요,고만 놓세요. 어떻합니까?"하고 아끼꼬의 등을 두드리고 구렁이는 벌벌 떨고 있다가 파출소에 가서 살인났다고 순사를 데려 오며 누구보다 아끼꼬를 혼내달라고 하나 순사는 구렁이가 전에도 허풍울 떤 적이 있기에 알았다고 코대답만 한다. 순사가 구렁이 집에 와보니 조용하고 낯선 양복쟁이만 앉아서 담배를 피워대고 있을 뿐이다. 방안에서 아끼꼬의 콧노래소리와 김마까의 신음소리만 들려온다. 구렁이는 무안해서 어쩔줄 모르고 저를 또 고랑땡을 먹인다고 푸념한다. 순사는 어이없어 하다 싸움판에 문짝이 부서지고 그릇이 깨어진 책임을 물으러 어쩔 수 없이 아끼꼬을 데리고 고반(파출소)으로 간다. 가는 중에 왜 또 말썽부리냐고 탓하는 순사에게 "뭘 말썽이유 내가" "이담 또 만납시다"하고 아끼꼬가 달아나니 순사는 어이없어한다. 아끼꼬는 산을 돌아 내려 가며 결심힌다. "망할 년! 이담에 봐라 내 장독 위에 오줌까지 깔길테니!"
「땡볕」
먹고 사는게 힘들어 희귀병 걸린 아내를 병원연구용으로 제공하여 팔자를 고치려 하나 일이 어긋나 낙담하는 남편의 모습을 해학적으로 그린다.
주인공 "덕순"은 희귀병을 대학병원에서 고쳐주고 월급도 준다는 기영 할아버지의 말을 듣고 아내를 지게에 싣고 병원으로 가는데 중복더위에 몹시 힘들어 한다. 희귀병에 걸린 어린애가 10원 받았대니 아내는 한 15원쯤 주리라 나름 생각하며 가는데 길가 채미(참외)가 4전이라고 하여 먹고는 싶지만 1전을 보태어 희연을 한봉지 살려고 모은 돈이라 꾹 참고 지나간다.
병원에 도착, 2시간 기다려 진찰을 받는데 덕순이 "열석달이 지나도 안 나오니 임신은 아닌 것 같고 무슨 병인지 모른다구해요"하며 희귀병임을 강조한다. 의사가 진찰결과 뱃속에 애가 나오다 소문이 작아 죽어있는 상태로 1주일 이내에 개복수술을 해야 한다며 어쩔거냐고 물으매 덕순이 월급은 주냐고 되물으니 "제 병 제가 고치는데 무슨 월급을 주냐"고 톡쏘자 팔자 고치려는 계획은 이제 틀어 졌음을 눈치챈다. 그러나 아내는 살려야 겠기에 덕순이 내일 다시 오겠다 하니 아내가 "나 죽으면 죽었지 배는 안 째요"소리치므로 도로 아내를 지게에 지고 나오는데 올 때보다 갑절이나 무겁다.
오는 길에 덕순이 참외 사줄까 물으니 아내는 얼음냉수를 원해 사 먹여주고 왜떡까지 사주었다. 아내는 "저 사촌형님께 살 두되 꿔 먹은거 잊지 말고 갚우" "그리고 임자 옷은 사정얘기하고 영근이 엄마한테 빨아 달래유" 하고 유언을 말하며 훌쩍이니 덕순의 눈에도 눈물이 핑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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