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명시

청포도/ 이육사

도라산 2010. 6. 18. 10:55


      청포도

      - 이육사 -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을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