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명시

활홀한 고백 / 이해인

도라산 2011. 5. 19. 11:20

활홀한 고백

- 이 해 인 -

사랑한다는 말은 가시덤불 속에 핀

하얀 찔레꽃의 한숨 같은 것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은

한 자락의 바람에도 문득 흘들리는 나무가지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는 말은

무수한 별들을 한꺼번에 쏟아내는 거대한 밤하늘이다.

어둠 속에서도 훤히 얼굴이 빛나고

절망 속에서도 키가 크는 한 마디의 말

얼마나 놀랍고 활홀한 고백인가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말은


이해인(李海仁, 19045~) 시인, 수녀, 부산 올리베타노수녀회 입회, 필리핀 세인트루이스대학 영문과 및 서강대 대학원 졸업, 1937년 「소년」에 동시 <하늘> 등이 추천되어 등단, 그는 대상이 누구든 간에 따사로운 애정의 눈길을 보내며, 신과의 끊임없는 사랑싸움을 통해 새롭게 정화된 신앙의 세계를 서정적이며 경견한 언어로 시화하고 있다. 시집으로는 『민들레의 영토,<'76>』 『 내영혼에 불을 놓아<'79>』『시간의 얼굴<'89>』『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등이 있음.